[감상] 걸장판 세계관&캐릭터 잡설 몇 가지 (네타있음)


1. 4DX

1차는 강변, 2차는 여의도에서 봤습니다. 많은 분들이 말씀하신 바와 같이 4dx는 가급적 여의도 CGV를 가시는게 만족감이 높으실 거라고 생각됩니다 


2. 작중 썰

1) 니시즈미류가 가지는 세계관 안에서의 무게

루미가 덤블미로에서 미호에게 퍼싱이 한대 당하자마자 떠올린 가능성이 '천성적인 감' 이죠 과연 다른 고등학생에게 당했어도 이 반응이 나왔을까 하면 회의적입니다 물론 얼마 지나지 않아 정답에 도달하지만 순간 놀란 마음에 가장 먼저 떠올린 가능성이 '정찰당했을 가능성'이 아닌 '재능'이 원인이란 무의식적 사고가 순간적으로나마 돌출된 것, 그것도 대학선발팀 중대장급쯤 되는 엘리트가 그렇게 생각할 정도면 작중 일본 내 에서 니시즈미류가 가지는 위상을 짐작할 만 합니다. 더군더나 방계나 면허개전같은 것도 아니고 세상에 단 둘뿐인 직계인점을 감안했을때 전차도란 스포츠 안에서의 미호는 그야말로 푸른 피가 흐르고 있다고 볼 수 밖에요,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점이 미호 본인에게는 트라우마로 작용했지만요. 이 점은 나중에 후술하겠습니다.

국장급 공무원이 공무원의 꽃이라고 불리우는 직책임을 감안하면(한국에서는 최소한 부이사관ㅡ3급) 이 정도의 고급 공무원에게 압력을 행사한 것은 국제대회를 유치의 선결조건인 프로리그 설립에 안달이 난 일본 문부과학성의 방침에 따라 시기가 잘 맞아떨어진 덕도 있습니다만 근본적으로 그 중요한 프로리그 설립 위원장에 니시즈미류가 협력하지 않으면 채면이며 규모며 언론의 주목이며 온갖 패널티가 걸릴 만큼 위상이 독보적이라는 점이 그 압력의 근원에 있다고 보입니다. 시기적으로 적절한 것도 맞지만 그 시기가 아니더라도 시호가 '위원장 이래선 못 하겠다' 한마디에 '네 그러십시오' 하고 다른 권위자를 구하기에는 대체 불가능한 위상을 보유하고 있다고 봐야 아귀가 맞습니다. 

그에 맞설만한 권위를 가지고 있는 건 모두가 아시다시피 시마다 류 밖에 없고요 작중 설정상 니시즈미류가 진형구축 후 전열돌파 라는 초심자 친화적인 독트린을 표방하고 있는데에 반해 시마다류가 정찰을 바탕으로 한 변화무쌍한 기동에 의한 기습, 단차 작전능력을 중시하는 경향을 보이는 상급자용 독트린임을 감안하면 각각 대표를 맡고 있는 연맹이 고교연맹은 니시즈미류, 대학연맹은 시마다류인 것도 깨알같은 세계관 반영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2) 작전술 

대학선발과의 조우전에서 재밌는게, 저는 나폴레옹 전쟁 당시 아우스터리츠 전투와의 몇 가지 공통점이 보이더군요

첫째, 전술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의도적으로 비워두었다는 점
둘째, 고지를 장악하자고 적극적으로 나선 쪽이 러시아(프라우다)계통  
셋째, 전투의 결과로 갈려나간 것도 러시아(프라우다) 쪽 정예병력이라는 것   

일단 고지를 비워두었는데 그걸 냉큼 먹었다 는 기믹은 거의 메타적으로는 패배플래그지만 그건 차치하고, 마호가 말한것처럼 상대적으로 위인 상대에게서 초반에 기세를 얻을 필요도 있었기 때문에 타당한 판단이라고 보여집니다 사실 카를이라는 수단이 있었기 때문에 고지를 비워두라고 했던 거였지 카를이 없었다고 생각해보면  고지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죠. 아마 그랬다면 고지에서 더한 접전이 벌어졌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더욱이 작중에서도 아리스가 말했듯이 퍼싱을 단독으로 격파할만한 중전차를 보유한 쿠로모리미네와 프라우다의 전력이 가장 성가셨을거구요 

마호의 비교적 빠른 판단으로 포위망이 완성되기 전에 강행돌파하여 좌익의 민들레와 합류하게 되긴 합니다만 그 과정에서 금쪽같은 판터 2량과 KV-2, IS-2등의 중전차를 손실하는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됩니다. 이들의 손실이 뼈아픈게 화력도 화력이지만 퍼싱의 화력을 정면에서 버틸만한 차량들이었거든요, 프라우다의 감투정신으로 그나마 손절에 성공하긴 합니다만 채피와 퍼싱으로 이루어진 대학선발팀에서 퍼싱 5기와 꽃놀이패에 가까웠던 카를의 탈락이 의미하는 것과 경전차와 탱캣이 적지않고 중형전차조차 넉넉치 못한 오아라이연합팀에서 해당 차량들이 탈락하는 것은 단순하게 수치상으로만 따져서 6:8의 교전비가 아니라 실질적으로는 6:12 정도의 교전비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부대가 와해되지 않고 어느정도 전력을 온존한채 사기가 떨어지지 않을만큼의 교전비를 품에 안고 시가전에 돌입할 수 있었던 것은 케이조쿠의 괴물같은 피지컬에 힘입은 퍼싱 3대 단독격파와 오아라이 연합 포수중 나오미와 함께 수위를 다투는 포수인 논나의 역시나 피지컬에 힘입은 2킬. 즉 단차 에이스들의 용전분투와 마호의 빠른 결단에 힘입은 결과고 이 시점에서 미호의 작전에는 높은 점수를 주기는 힘들다고 보여집니다 물론 크게 실수한 점은 없지만 '호각으로 싸울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라고 본인이 말하고 잘못을 시인한 장면을 보세요. 항상 열세인 싸움을 하니 트리키한 게릴라전을 쓸 수밖에 없었던 미호가 그럴듯한 전력이 갖춰지자 정석적인 포진을 구사하는게 결국 미호도 니시즈미류에서 완벽히 자유로울수는 없다는 반증일지도 모르겠네요 평생 그렇게 교육을 받아왔는데 영향이 없다면 그게 더 부자연스러운 일이겠지만요 

그래서 마호가 그 점을 지적하고 미호의 사고를 환기시키게끔 하죠 고교 올스타팀이 도와주러 와서 잠깐 고무되었지만 모두가 힘을 합쳐도 시마다 아리스가 이끄는 대학선발팀이 정면승부로는 버거운 강팀이라는 점을 비싼 대가를 치루고서 깨닫게 됩니다.개인적으로는 미호의 인간적인 부분들이 언뜻 드러나는 장면이라 좋은 씬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완전체처럼 보이던 미호도 아직 성장중이라는 점을 가장 자연스럽고 극적으로 보여주는 부분이 이 고지 공방전과 철수전이었다고 보거든요 

후반 시가전은 기승전 관람차 선배라서 도리어 그런 부분들은 잘 캐치해내기가 힘듭니다 원형극작에 포위당한 그 시점에서 전략적으로 미호의 체크메이트고 관람차 이후로는 보너스편이라는 느낌이 강해요. 니시즈미와 시마다류 사이에서 제작진이 정말 영리하게 줄타기를 잘 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다른 스포츠 경기만 봐도 운이 끼치는 영향이 크니까 전략적으로는 시마다류가 이겼을지 몰라도 결국 경기를 가져간건 니시즈미 자매가 된 거죠 물론 운이 올때까지 강적을 상대로 버티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실력이상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 건 필수고요, 많은 분들이 지적하셨다시피 말이에요 



3) 트라비아 몇 가지 

세계관내에서는 당연히 이목이 집중되서 탱클라시코가 된 이 경기에서 니시즈미류도, 시마다류도 손해는 보지 않고 서로를 잘 어필 할 수 있는 경기도 마무리되었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치요여사는 이번 기회에 라이벌의 날개를 한번 확 꺾어보고 싶었던 모양이지만 말이죠. 물론 8:30의 질도 수도 압도적인 섬멸전룰에서 꺾어봐야 그게 무슨 명예냐 하고 반문하실 분들도 계시겠지만 목적이 시마다류의 명예가 아니라 니시즈미류를 진흙탕에 처박으라는 주문이었음을 상기해보세요 그렇게 처절하게 쳐맞는 장면이 대중에게 공개되는 것 만으로도 니시즈미류의 이미지에 타격이 올 것은 자명하지 않습니까? 상황은 꽤 다르지만 미네이낭의 비극같은 예도 현실에 있고 말이죠.

특히 이렇다할 분전도 못해보고 순삭당했다면 더더욱이나 그랬겠죠 다만, 고교팀 올스타가 원군으로 왔을때 거절했다면 그때서야 시미다류의 이미지도 꽤 큰 타격을 받았겠습니다만 그 국면에서 치요여사가 아리스를 잘 키운 덕을 본다고 생각합니다 치요여사 본인은 음험한 면이 있기는 해도 자신의 성격과는 다르게 비교적 정서적으로 아리스를 잘 키웠다는 점은 이런 곳에서 드러납니다. 

시호여사가 양해를 구하려 시마다류 응접실에 방문했을 당시 책장에 꽂혀있던 책들 중 적지않은 수가 육아와 교육에 관한 책이었다는 것만 봐도...각 가문의 독트린도 독트린이지만 훈육방법도 시마다류가 더 세련됬다는 게 이렇게 드러납니다 철의 규율 강철의 마음가짐으로 엄격하게만 자식을 대했던 시호여사와는 다르게, 아리스가 내건 조건을 클리어하지 못했음에도 보코뮤지엄 후원으로 아리스를 위로&격려해주는 걸 보면.... 무서운 제작진! 가주로써는 모르되 어머니로서는 개인적으로 치요여사에 1승을 던져주고 싶네요

 
자, 그런 의미에서 미호 말인데. 이번에 마호와의 어린시절이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묘사되는데. 이 부분을 보시면 어렸을때 미호는 지금과는 성격이 천지차이로 달랐음을 알 수 있습니다 천성적인 호기심과 쾌활함이 있었고 구김살없이 명랑한 모습을 볼 수 있지요 개구리 잡아온거 자랑하는 모습을 보고 질색하는 시호여사가 그려진 공식 설정화도 있고(이거 찾아보려니 못찼겠더라구요 제보좀 부탁드립니다) 미호가 저렇게 소심하고 수동적인 성격이 된 것은 아무리봐도 니시즈미류의 엄격한 규율을 억지로 주입시키면서 타고난 밝은 천성을 많이 잃어버린 탓이 큰 듯합니다 그리고 이 정황은 작품 여러군데서 드러나지요 몇 가지 당장 생각나는 예를 들면...

본편 1화에서 자명종이 울린 후에 기겁하면서 일어나서 정신을 좀 차린 후에 '아 집이 아니었지' 하는 부분을 보세요 이거 완전 군대꿈 꾼 예비군이나 할 법한 반응 아닙니까? 모포에 각잡는거 하며...더욱이 외전인 리틀아미에서 마호는 자신이 니시즈미류를 이어받으면 미호는 자유로울 수 있다고 말하는데. 어렸을때부터 동생사랑이 극진했던 언니인 것을 감안해 보면 옆에서 힘들어하는 미호를 매번 봐왔다는 거겠죠.. 너덜곰을 좋아하게 된 것도 이런 유년기의 트라우마에 대한 반동이 아닌가 싶을 정도. 그래도 천성적인 호기심을 아주 지우지는 못한게, 결국 이 호기심이 주도면밀한 관찰력으로 이어졌다고 뇌피셜을 싸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런의미에서 미호가 시마다 집안에서 태어났다면 또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그런 의미에서 극장판의 최대 수혜자는 마호라고 생각

동생사랑이 예전부터 극진했다는 것도 확실히 드러났고. 티비판 결승전의 졸전으로 무능하단 인식도 이번에 고지에서의 빠른 철수결단과 카츄사를 제어하는 카리스마, 개성넘치다 못해 폭발하는 지휘관 회의의 분위기를 어떻게든 다잡는 모습, 마지막 5분에서 드러난 동생과의 환상적인 단차 콤비네이션과 피지컬 특히 마지막 공포탄 사격 직전에 언뜻 스쳐지나가는 걱정스러운 표정은 그 백미

가능한 범위 안에서 동생 편의를 봐주기 위해 어머니 도장 훔쳐오고 사인 위조까지...아무리 차기 후계자라고 해도 분명히 도를 넘은 행위인데 은근히 동생 위해서는 불물 안가리는 습성이 이런데서 공공연히 드러나고. 미호가 니시즈미가에 있었을때도 용캐 버틸 수 있었던 건 언니의 돌봄이 컸을 거라는 것도 짐작가능하게 합니다. 미호 방 먼지하나 없이 정리되어 있는 거 보세요 흔히 쓰는 클리셰죠. 돌아올 곳을 언제든 마련해 두었다는 메시지...


4. 총평

참 장면 하나하나에 많은 정보량이 압축되어 있고 그것이 산만하지 않게 배치되어 있다는 점에서 정말 제작진이 이 작품에 애정을 가지고 있구나 하는게 드러나는 작품입니다. 명작이라고 해도 보는쪽도 만드는 쪽도 모두가 즐겁게 만족할만한 작품이라는 건 쉽게 나오는 것이 아닌데 이건 정말 서로 윈윈이구나 언제 또 이런 작품을 일본애니메이션에서 만나볼 수 있을까 하는 그런 먹먹함까지 품게 만든건 참 오랜만인듯 하네요. 정말 좋은 작품 원없이 즐길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자막이나 이런 부분이 좀 아쉽긴 했지만 안보면 되는거고...애시당초 국내에 상영되는 애니메이션 자막이 만족스러웠던 적은 거의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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